딱지 팔고 브라우니 사고..물건 값과 벼룩시장의 비밀 우리 아파트 벚꽃축제 어린이벼룩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아요

2014.04.14

제가 사는 고양 일산신도시 후곡2단지 아파트에서는 매년 벚꽃 축제가 열려요. 벚꽃이 많이 피는 4월 둘째 토요일, 해마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모두 모여 잔치를 해요. 어린이들은 각기 자기 물건을 갖고 나와 서로 사고 파는 벼룩시장을 열고, 어른들은 먹거리 장터를 열어요.


올해는 벚꽃이 일찍 피는 바람에 정작 벚꽃 축제가 열린 12일에는 벚꽃이 다 진 상태에서 축제가 열렸어요. 그래도 저에게는 재미있는 벚꽃축제였어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제는 쓸모가 없게 된 물건을 팔아 돈을 벌고 그 후 회오리감자와 와플파이 등을 사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회오리 감자는 아주 맛있었는데... 처음 먹어서 그런가요...) 


어린이 벼룩시장에서 무엇을 팔까 생각하다가 그동안 모았던 딱지 20개와 필통 10개를 팔기로 했어요. 필통은 미리 깨끗이 청소하고 빨래도 했어요. 팔까 말까 망설였지만 어릴 적 읽었던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 20권과 막이래쇼 책 2권도 팔기로 했어요. 어항에서 새끼를 아주 많이 깐 청소 달팽이, 보지 않는 DVD, 포켓몬스터 카드 100장, 유희왕 카드도를 팔았어요. (2년 전 벚꽃축제 때 언니가 아빠와 함께 시골에서 올챙이를 잡아와 판 적이 있어요. 인기 짱 대박이었지요.ㅎㅎ^^)



<우리 아파트 벚꽃축제 어린이 벼룩시장.  아이들이 직접 물건을 갖고 나와 팔아요.>


어린이 벼룩시장은 아파트 주차장 한켠에서 열렸어요. 어른들이 현수막도 붙여주었어요. 깔판을 갖고 나와 물건을 정돈해서 놓고 가격표를 붙였어요. 저보다 일찍나와서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동화책과 만화책, 장난감을 잔뜩 쌓아놓고 파는 아이도 있었어요.  제 또래 아이들이 많이 와서 어느새 주차장장이 꽉찼어요. 어릴 적 입던 옷을 산더미처럼 가져온 아이도 있고, 인형과 머리띠, 치약과 샴푸를 갖고 온 언니도 있었어요.


어린이 벼룩시장에서는 사람들 마다 많이 팔고 사는 물건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어요. 여자 아이들은 인형, 머리띠, 필통, 학용품을 사고 팔고, 남자아이들은 장난감, 만화책, 딱지를 주로 사요. 어른들은 어린이 벼룩시장에 와서 생활물건을 사요. 아이와 함게 옷을 사고 동화책을 골라요.  아주 재미있었어요.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 중에 가장 비싸게 팔려고 내놓은 것은 그리스-로마신화 만화 20권이예요. 처음에 20권 전체 2만원을 적었는데 아무도 안사서 나중에 1만원에 팔았어요. 가장 먼저 팔린 것은 딱지예요. 딱지는 내놓자 마자 남자아이와 제 친구들이 와서 좋은 것을 다 골라 갔어요. 


딱지를 팔아 2000원을 벌었는데, 옆 자리에 언니의 친구언니가 브라우니 인형을 팔려고 내놓았길래 얼마냐고 물었더니 2000원이라고 해서 샀어요. 왕관을 쓰고 있고 개 목줄도 달려 있어었어요. 예전에 갖고 싶었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브라우니를 사서 안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 브라우니 얼마냐고 물어봐서 숨겨놨어요. 아빠는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며 옆에서 브라우니를 3000원에 다시 팔자고 했지만 저는 안된다고 했어요. 제가 갖고 싶었던 강아지 인형이니까요. )


<벼룩시장에서 딱지를 팔아(왼쪽) 브라우니 인형(오른쪽)을 샀어요. 참 귀엽죠> 


딱지를 판 돈으로 브라우니 인형을 사고 나니, 어떤 사람에게는 쓸모 없게 된 물건이 나에게는 참 귀한 물건이 된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거꾸로 나에게 값어치 없게 느껴지는 물건도 다른 사람에게는 비싸고 귀한 물건이 될 수 있기도 한 것이고요. 똑같은 물건이라도 나에게는 1원 정도의 가치이지만 다른사람에게는 100원의 가치가 될 수 있고 사람마다 느끼는 값어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나에게는 재활용품 수준의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기쁨과 유용함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는 거지요. 물건의 쓰임새와 가치 유용함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래서 사고 파는 장사와 거래가 생기고 물건이 귀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는 원리가 실제로 일어나요.


가격을 붙이는 것도 고민되고 재미도 있어요. 딱지를 팔 때도 20개 모두 2000원이라고했더니 잘 안사던 아이들이, 하나에 100원이라고 했더니 싸다고 사요. 단위를 낮춰서 가격을 낮게 만들면 사람들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는거 같아요. 


제가 꼭 팔고 싶었던 필통은 하나도 못 팔았어요. 사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없던 거여요. 그러고보니 친구들도 필통을 이미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제 가게엔 제 친구들도 많이 왔어요. 하지만 친구중 한 명만 물건을 팔아주었어요. 배신이죠 배신! (청소달팽이도 않팔려서 나중에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어요.) 저는 제 물건을 팔아 번 돈으로 브라우니 외에 지갑도 사고 샤프도 하나 1000원에 샀어요.


매년 마다 열리는 벚꽃 축제가 아주 재미있었지요. 특히 이번 벚꽃축제가 좋았어요. 친구들도 많이 오구  배불러지는 음식도 먹고... 물건도 팔고 다른 가게 물건도 사서 이번 벚꽃 축제는 뭐든 것을 다 갖추었어요! 우리 아파트 벚꽃축제와 어린이 벼룩시장은 내년 4월에도 열려요.

글쓰기 평가현수랑 기자2014.04.18

현장에 직접 가 있는 듯 자세한 글과 사진이 정말 흥미진진한 기사를 만들었어요. 정말 도장을 콱 찍어 주고 싶네요! 참 잘했어요!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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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저도 가서 좋은 물건 많이 가져오고 싶어요!
윤민지 기자님! 저도 가고 싶어요~ 초대해주세요! 어디서 하나요?
미국에서 봄마다 물건을 정리해서 파는 것을 Spring Cleaning이라고 한대요. 우리의 벼룩시장인 것이죠. 저도 이번에 친구들과 우리 아파트에서 열리는 아나바다 장터에서 제가 안보는 책과 옷을 팔려고해요. 좋은 기사 고마워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