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죽도 앞바다에 서린 넋 충렬공 이대원 장군을 아시나요?

2014.10.08

  작년 여름. 저희 가족은 전남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 다녀왔습니다. 굉장히 먼 거리였지만,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한껏 들 떠 있던 기분을 현장에서 제대로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었어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과학관 내부를 둘러본 뒤 우리는 나로도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하였습니다.

  시원한 다도해의 풍경을 가로질러 한참을 달리던 중 바깥 풍경을 설명해 주시는 안내방송에서 익숙한 이름 세 자를 듣게 되었습니다.

 “오른쪽 방향에 사람의 모양으로 길게 누워있는 섬이 보이시나요?...”

  이대원 장군?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저는 차를 타고 지날 때 갈색 표지판이 나오면 눈여겨 보아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분명 저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 분의 묘가 있었던 것이 확실히 기억 났습니다. 하지만 엄마도 조선시대 때 왜구를 무찌르다가 돌아가신 분이라는 정도만 알고 계셨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시는 눈치였어요.


  충렬공 이대원 장군은 1583년(선조 16년) 18세의 나이로 무과에 급제하고 1586년 21세 때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로 전라도 고흥반도 지역의 녹도만호가 되었습니다. 1587년 남해안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치고 적장을 사로잡아 상관인 심암에게 압송하였으나, 전공을 자기 것으로 하려는 심암의 부탁을 거절하는 바람에 미움을 사게 됩니다.

  이 후 손죽도 앞바다에 침입한 왜구와 싸우다가 적의 포로가 되었으나 장군은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으며 적군이 돛대에다 장군을 매어달아 참혹하게 칼로 찔러 순국하였는데, 끝까지 적을 나무라는 그의 호령소리가 바다 위를 날카롭게 울렸다고 전합니다. 한편 심암의 행패가 조정에 보고 되어 심암은 파면되고 이대원 장군은 수군절도사에 임명되었으나, 이 명령이 도달하기 전에 그는 이미 죽었으므로 병조참판이 추증되었다고 합니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우리 역사를 알아 봐야 하겠다 생각한 저는 얼마 전 이대원 장군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홍살문을 지나 왼쪽에 있는 신도비는 1699년(숙종 25년)에 건 립된 것으로 이대원 장군묘와 함께 경기도 기념물 56호로 지정 되어있습니다.




  장군의 동상입니다. 여느 다른 장군의 동상과는 다르게 크기도 작고 왜소해 보였는데요, 아마도 장군이 너무 이른 나이에 요절을 했기 때문에 동상의 크기도 작게 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장에서 왜적과 맞서 용감히 싸우다 돌아가신 분이 라고 생각하기엔 동상 속 장군의 얼굴이 너무 앳되어 보여 마음이 아팠어요.


  올 여름 영화 “명량” 열풍이 일면서 이순신 장군이 최고의 영웅으로 떠 올랐죠. 하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5년 전 이미 고흥 앞바다에서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아니 미처 알지도 못하고 있었던 난세의 영웅 이대원 장군의 ‘손죽도 대첩’이 있었습니다.

손죽도 앞바다에 침입한 왜구의 배 20여척을 이대원 장군이 대파하여 큰 승리를 거두었는데, 며칠 후 다시 침입한 왜군을 군사 100여명을 이끌고 출병하라는 명령에 손죽도 2차 해전에서 싸우다 붙잡혀 결국 죽음을 맞게 된 것이지요.
이순신 장군은 '대원 장군을 잃은 것은 국가의 큰 손실'이라 애통해 하며 ‘손’자와 이대원 장군의 ‘대’자를 붙여 손대도라 명명했다고도 전해진다 합니다.


  이대원 장군이 그렇게 이른 나이에 절명하지만 않았었다면, 5년 뒤 있은 임진왜란에서 이순신장군과 힘을 합해 더 나은 전술로 왜적들을 더 많이 무찌를 수 있었을텐데... 쓸쓸한 생각을 하며 돌아 나오는 길에 장군이 죽을 때 남기셨다는 절명시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습니다.


해 저문 진중에 바다 건너와

슬프다, 외로운 군사 끝나는 인생

임금과 부모님 은혜 갚을 길 없어

원한이 구름 속에 얽혀 풀리지 않네.



글쓰기 평가김청한 기자2014.10.10

명하 기자 반가워요~.

현장감이 적절히 살아있으면서도
자료조사도 충실한 좋은 기사입니다.
덕분에 이대원 장군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어요.

왜 이대원 장군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는지를 적은 초반부와
절명시 마무리까지. 글의 구성도 짜임새 있네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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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이대원장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나라를 위하여 순국하셨군요...
충렬공이대원 장군을 소개해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