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의 눈] 한의원에서 초음파기기 사용은 불법이라고요? 양한방 의료일원화, 통합 문제 본격 논의할 시점

2014.11.16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은 불법이다. 의사들은 당연하다는 주장인 반면 한의사 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 자료사진=헌법재판소]


학교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발바닥을 다쳐서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정형외과에서 간단히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요즘은 물리치료도 사람(물리치료사)의 손이 아닌, 첨단기기를 사용하더군요. 맛사지 기능을 하는 물리치료용 의료기기였는데 아주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집에 이런 기기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사와 한의사 간 다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정기구독하고 있는 과학동아에서 이 주제와 관련된 칼럼이 실린 적이 있어, 매우 관심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과학동아 2014년 7월호, 의사도 모르는 의학이야기) ‘의사 vs 한의사’ '양방 vs 한방' 논란의 중심에 '초음파기기'가 있습니다. 


여러분, 한의사는 초음파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의사의 초음파기기(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불법입니다. 현행 의료법 87조 1항 2호는 '한의사라 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토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의료법 37조가 규정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설치 및 운영 주체에서 한의사는 배제돼있습니다. 의료법 38조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인정 기준에도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방사선사만 명시했습니다.

 

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서 성장판 검사를 한 한의사 J씨는 2012년 검찰에서 불법행위에 따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보건복지부 역시 의료법 위반으로 45일간의 면허정지 처분을 지시했습니다. 


판결에 불복한 한의사 J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45일간 면허자격정지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습니다. 한의사가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하는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의료법 위반이라는 게 판결의 핵심입니다.

 

법원 판결과 의사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한의사 J씨가 사용한 초음파기기는 서양의학에서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의료기기이다." "초음파 검사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진료과목, 특히 전문의 영역인 영상의학과의 업무이다." 결국 한의사는 (의사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초음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의사들은 법원의 판결이 몹시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어부가 물고기를 잡을 때도 초음파기기를 사용하고 심지어 가축의 임신 진단 때도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데, 왜 한의사는 사용할 수 없나?"  한의사 측 주장을 들어보니 나름 고개가 끄덕거려집니다. 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중의학으로 환자를 보는 중국의 중의사들은 CT, MRI, 엑스레이 등 현대 의료기기를 마음껏 이용해 진단을 한다고 합니다. 꽉 막힌 국내 의료법과 제도 때문에 한의학이 중의학에 10년 넘게 뒤처져 있다고 한의사들은 말합니다.

 

그럼 이번엔 의사 쪽 얘기를 들어볼까요? 의사단체는 한방병원, 한의원에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합니다. “학문적 근거나 면허와 무관하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결정된다면 한의사뿐 아니라 무당, 민간 사이비 의료업자, 침구사들도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그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합니다. 

 

“초음파 같은 현대 의료기기는 현대의학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고 발전해 온 것이기 때문에, 현대의학 체계를 전문적으로 배운 의사들만이 사용할 자격이 있다.” 바꿔 말하면 전통의학을 다루는 한의사들에게 현대의학, 과학기술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양쪽의 주장을 들어보면,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쓰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쓰지 못하게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의사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논쟁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의 현대화 및 과학화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쪽 모두 '국민의 건강권, 재산권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이러니지요. 독자 여러분은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연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뭘까요? 의사, 한의사 모두 자기 밥그릇을 내려놓고 양한방 의료일원화, 통합 문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습니다. 



<유준기는 신일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생명과학/생명공학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교내 과학동아리 회원,  연합 과학동아리 회원, 교육신문 뉴스에듀와 한국언론사협회 학생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유준기의 아이러브기타(http://iloveguitar.tistory.com)' 블로그 운영 중>


글쓰기 평가현수랑 기자2014.11.18

와우~, 이번 기사는 정말 대단하군요. 양측의 의견을 어렵지 않게 풀어 쓴 점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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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현수랑 기자님,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