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과학동아&수학동아 기사
화석, 어디까지 찾아봤니? -태백 구문소 화석탐사
안녕하세요? 박성재기자입니다.
저는 7월 22일 월요일, 여름방학을 맞아 태백 구문소전기고생대지층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화석과 여러 가지 고생물들을 좋아하고 실제로 자연 상태의 화석을 보고 싶어서 고생대 때 얕은 바다였던 태백에 가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의 저자인 갈로아의 강연에 갈 기회가 있어 갈로아에게 일반인도 태백에서 화석을 발견 할 수 있냐고 질문을 했더니 구문소 주변에서 운이 좋으면 화석을 찾을 수 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생각만으로 미뤄뒀던 태백으로 화석 탐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화석이 있더군요.
서울에서 세 시간을 차로 달려 태백 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박물관 아래 구문소로 이어지는 황지천으로 내려가 한 시간 반 동안 오전탐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요일에 폭우가 왔기 때문에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서 주변 삼엽충화석군락지로는 가까이 가보지도 못하고 박물관 아래 자갈밭에서만 탐사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도착해서 엄청나게 많은 암석들을 보니, 과연 이곳에서 화석을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하였지만 화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암석을 하나하나 살펴나갔습니다.
(황지천에서 화석을 찾고 있는 모습)
놀랍게도 오전탐사를 시작한 지 약 10분 만에 삼엽충 꼬리의 일부분으로 추정되는 삼엽충화석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화석은 너무 단편적이고 대부분이 없어져서 삼엽충의 꼬리 우흉엽만 남아있었습니다. 삼엽충은 고생대에 1000여종으로 가장 크게 번성한 해양생물로써 전체적으로 머리, 몸통, 꼬리로 나눠지고 몸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흉엽, 중심축엽, 우흉엽으로 나뉩니다. 삼엽충의 이름도 세로로 봤을 때 정확히 3개의 엽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삼엽충(三葉蟲)이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발견한 삼엽충 화석)
(삼엽충의 구조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리고 얼마 후 그리파스피스의 성체로 추정되는 삼엽충 화석 두 개를 찾았습니다. 하나는 삼엽충의 꼬리부분만 드러나 있었고 머리는 암석 속에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른 하나는 삼엽충 화석이 붙어있던 암석이 반으로 쪼개져서 꼬리만 남아있었습니다. 두 가지 화석 모두 처음 발견한 화석보다 형태가 많이 남아 있어 종류를 추정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사프히다목에 속하는 그리파스피스는 캄브리아기 초기에서 캄브리아기 중기에 살았고 마디는 10~12개를 가지고 있으며 머리가 동그란 반원모양이라고 합니다. 가장 특이한 이 삼엽충들의 특징은 바로 눈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곳이나 심해에 살아서 눈이 퇴화된 것이 아니라 눈이라는 기관이 생기기 전 이라서 눈이 없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파스피스의 성체로 추정되는 삼엽충 화석들)
(그리파스피스의 복원도 출처: 네이버 블로그 dokong)
다음으로는 완족류로 추정되는 화석을 찾았습니다. 완족류는 고생대에 삼엽충과 더불어 가장 크게 번성한 동물로서 연체동물에 속하는 어패류처럼 두개의 껍질로 둘러 싸여진 해양성 동물입니다. 배에 붙어 있는 껍질은 복각이라고 하고 등에 붙어 있는 껍질에는 완골이라는 것이 있어서 완각이라고 합니다. 모든 완족류는 운동성이 없고 K/T대멸종(중생대 백악기-신생대 제3기 대멸종) 때 대부분이 멸종했다고 합니다. 제가 찾은 화석에는 완족류 껍질의 무늬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껍질의 결이 너무 희미하고 유용한 정보가 없어서 종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완족류의 껍질이 붙었다가 떨어진 흔적)
오전탐사에서 마지막으로 발견한 화석은 몸이 비틀어져 있어도 유일하게 전신이 발견된 삼엽충입니다. 여기서 눈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실 삼엽충의 눈은 방해석 겹눈으로 되어있었습니다. 현생동물에게서는 볼 수 없는 구조죠. 그래서 눈의 성능은 요즘 해양생물보다 훨씬 좋았지만 아마 삼엽충의 눈에 산성을 띤 물질이 닿는다면 눈이 그냥 녹아버렸을 것입니다. 제가 발견한 삼엽충 화석은 엘라티아의 성체로 생각되며, 캄브리아기 중기부터 오르도비스기까지 살았습니다. 엘라티아는 프티코파리이다목으로 전체적으로 타원형이며 짧고 둥근 머리 양쪽에 가시가 있습니다. 엘라티아는 북미 대륙에서 주로 발견되는데요, 아시아인 우리나라에도 살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엘라티아의 성체로 추정되는 삼엽충 화석) (엘타리아의 복원도 출처: 네이버 블로그 dokong2)
점심을 먹고 오후탐사를 시작하기 전에 황지연못과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먼저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로 이곳에서 매일 5000t의 물이 나와 우리가 화석을 주웠던 황지천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갑니다. 낙동강의 발원지가 산 속에 있을 것 같았는데 태백 시내에 있어 놀라웠습니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고생대를 중심으로 한 전문박물관입니다. 구문소 바로 옆에 있는 박물관이라 여러 가지 고생대 관련 체험 프로그램도 하고 구문소에서 나온 화석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박물관이 구성을 잘 해놓았는데요, 저는 어린이과학동아기자단이여서 무료입장 할 수 있었고 사람이 많이 없어 여유롭게 둘러보며 자세히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구문소로 돌아와 폭염 속에서 오후탐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두 시간 동안 겨우 하나의 화석밖에 찾지 못하였지만, 그 화석이 최초로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배출했던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의 흔적 스트로마톨라이트여서 꽤나 뜻있는 화석이었습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선캄브리아대부터 현재까지 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해 만들어진 미세층리구조인데요, 이 구조는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에 의하여 생긴 점액에 물속에 떠다니던 퇴적물이 달라붙어서 생긴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발견한 화석이 스트로마톨라이트인지 확신하지 못하였지만 반으로 쪼개어보니 속에도 미세층리구조가 나타나 있어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시아노박테리아의 흔적인 스트로마톨라이트)
저는 모자와 장갑만 가지고 거친 물살과 뜨거운 햇빛아래 허술하게 탐사를 했지만 운이 좋게도 화석 6개라는 큰 수확을 얻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화석을 많이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운이 좋기도 했지만 제가 이전에 박물관도 많이 다니고 책도 읽어서 화석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금 알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화석을 찾을 때 너무 작아서 이게 화석인지 아닌지 구별이 잘 안되던 것도 있었는데요, 만약 제가 고생물에 대한 지식이 더 많은 상태로 갔다면 지금 찾은 것보다 화석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탐사가 아쉬워 공부를 더 하고 나서 이번 겨울방학에 더 큰 규모의 태백 화석탐사를 한 번 더 도전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5억년 동안의 더 풍부한 태백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겠지요. 화석 탐사하러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석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을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화석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여러분도 5억 년 전의 해양생물들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태백구문소전기고생대지층에 방문해 보세요. 노력과 약간의 운만 있다면 여러분을 반겨주는 화석이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박성재 기자였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여기에 나오는 삼엽충은 네이버의 정보를 기반으로 종을 분류한 것으로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가 모여서 다른 종으로 추정되거나 전문가의 견해에 따라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 평가어린이과학동아 기자2019.08.06
성재 기자, 태백 구문소 화석 탐사 후기 기사 잘 봤어요. 정말 전문가의 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꼼꼼하게 취재 내용, 현장의 느낌, 또 화석에 대한 정보 전달까지 알차고 풍성한 기사였어요. 적절한 사진과 원리 그림을 직접 조사하고 찾아서 글의 중간에 넣어준 점도 글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했고, 사진에 간단한 설명까지 완성도가 무척 높은 취재 기사를 써 주었네요. ^^ 글을 쓰기 위해 정성을 들였다는 게 느껴졌어요.
성재 기자의 기사에서 본 삽엽충 화석은 정말 신기하네요. 책에서만 보았던 화석을 실제로 본다면 정말 신기한 느낌일 것 같아요. 기사 정말 흥미롭게 잘 봤어요. 앞으로도 활발한 취재와 멋진 글 기대할게요. ^^
와 저도 옛날에 고생대 박물관에 가봤는데 그아래 화석을 찾을수 있는 공간이 있다니 친척집 갈때 그곳을 또 가봐야 되겟네요
저도 꼭 화석 찾고 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