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다녀오다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HVEM): 원자구조를 3차원으로 구현하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2015.12.14

기자는 지난 11월 30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과학로에 위치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Korea Basic Science Institute)에 다녀왔어요. 이곳은 한민국 기초과학진흥을 위한 연구시설장비 및 분석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 연구지원 및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초등학생인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는데요, 한마디로 우리나라 과학발전을 위해 국가에서 출자하고 지원하는 기초과학 지원센터라고 이해하면 되겠어요. 




KBSI는 170여 종의 첨단분석장비를 이용해 연간 14만개의 시료를 분석해 오고 있는데요, 대한민국의 왠만한 대학교를 포함한 연구소에서는 꿈도 못꾸는 최첨단 장비들로 시료분석을 의뢰받아 분석해주거나 공동연구나 장비개발을 하는 곳입니다. 




이번에 다녀온 대덕본원과 내년 1월중으로 개원 예정인 오창본원을 비롯해 현재 전국에 12개의 지점을 통해 지역의 특화된 산업에 차별화된 첨단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이 가운데 대덕본원은 생물재난, 질환표적기능, 나노표면, 융합소재EM, 광분석장비개발, 스핀공학물리, 장비개발지원을 담당하고 오창본원은 단백질구조, 생체영상, 생의학오믹스, 연대측정, 환경모니터링, 질량분석장비개발 등을 주력하는 곳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렵고 복잡해보이죠? 훗날 우리 기자단 가운데에서도 이곳 KBSI에서 대한민국의 과학을 책임지며 연구할 친구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기자가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국내최고의 전자현미경이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에요. 정확한 명칭은 '초고전압 투과전자현미경(HVEM: High Voltage Electron Microscope)'입니다. 그럼 HVEM의 재원과 특징을 알아볼까요?







HVEM의 재원(http://blog.naver.com/open_kbsi/220522919019, 자료제공)




크기, 무게, 가속전압, 3차원 분해능. 모든 면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이 무시무시한 전자현미경의 성능은 놀랍기만 하네요. 그럼 전자현미경의 원리가 광학현미경의 그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로 해요. 




전자현미경은 일반 광학현미경과 같은 원리로 작동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어요. 첫째 유리렌즈 대신에 마그네틱렌즈를 사용하고, 둘째는 가시광선을 광원으로 사용하는 대신에 파장이 짧은 전자를 이용해서 물질의 형상을 관찰한다는 점이죠. 특히 투과전자현미경(TEM)은 광학현미경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투과율이 좋아 분자나 원자들의 배열상태를 직접 관찰할 수 있어요.




HVEM은 지난 번 코셈에서 만났던 SEM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초강력 성능을 자랑하는 현미경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번 SEM과는 근본적으로 작동원리와 그 활용도가 달라요. 


보통의 전자현미경은 100kV에서 300kV의 전자빔을 사용하는데 이 HVEM의 경우는 1300kV의 전자빔을 사용해서 초고전압 투과전자현미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요. 
즉, 전자빔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투과율이 좋아지므로 원자의 알갱이까지 구분이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고성능 HVEM의 성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어요.

1) 원자분해능(0.12 nm)과 고경사각(± 60°)을 동시에 실행해서 시료의 원자구조를 3차원적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시료의 표면을 관찰하는 주사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은 3차원적 영상을 구현할 수 있지만, 투과전자현미경(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은 전자파를 시료에 투과하여 측정하므로 2차원적 영상만을 볼 수 있었는데, HVEM은 그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냈어요. 한마디로 틸트(Tilt) 기능을 이용해서 시료를 회전시켜 관찰한 후, 그 이미지들을 재구성해서 3차원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기능은 전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KBSI만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욱 자랑스러워요.  

2) 최첨단 에너지 필터(HV-GIF)를 장착하여 상대성 효과를 활용해서 시료에서 검출되는 거의 모든 화학적 신호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3) 특수하게 제작된 시편홀더를 구비하여 역동적 실험이 가능할 뿐 아니라 Cryo-EM(cryo-electron microscipe:극저온전자현미경)도 분석할 수 있어요. 생물시료를 전자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할 때, 진공상태에서는 시료를 관찰 전에 충분히 건조해야하고 또한 시료의 상태에 따라 전자빔으로 인한 시료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지난 번 기자가 SEM으로 관찰하기 위해서 준비해 간 애벌레가 완전하게 건조되지 않아서 관찰하지 못한 경우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극저온전자현미경인데요, 급속냉동을 통해 건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료의 전자빔 손상을 엄청나게 줄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생물이 살아있을 때와 동일한 조건에서 관찰이 가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현재 이런 기능을 완벽하게 탑재한 현미경이 드디어 국내기술로 개발되었어요. 그것은,





Super Bio High Voltage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




인데요, 내년 1월에 개원할 예정인 오창본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기자에게 HVEM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시고 조작할 천금같은 기회를 주신 권희석 박사님은 오창본원에 있는 슈퍼바이오 HVEM을 연구개발하신 분이세요. 권희석 박사님팀은 앞으로 이 Super Bio High Voltage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를 기존의 대덕본원에 있는 HVEM과 연계한 독창적 Cryo-EM 신분석 기술의 창출은 물론이고, 국내·외 연구자의 세계적 연구결과 산출 및 공동연구지원 역량 강화와 바이오 EM 분석 기술의 교육을 전파해 국내 분석 인프라를 강화하고 창의적 공동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세계적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http://report.ndsl.kr/repDetail.do?cn=TRKO201500013540, 자료제공)




4) 원격제어를 통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연구자와도 동시에 공동연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원자단위의 구조까지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초고전압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신물질의 구조분석과 저분자량 단백질의 구조규명 및 극미세 소재개발에 이르는 국가적 공동활용 연구장비로 운영되고 있어요. 




사진을 통해서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해요.





KBSI 본관과 그 뒷편에 자리한 전자현미경동의 모습. 전자현미경동은 HVEM을 위해 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자는 HVEM을 만날 생각에 이미 가슴이 벅차올랐답니다.





이날 오랜 시간을 꼼꼼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전자현미경연구부 선임연구원 권희석 박사님. 지금은 오창본원에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건물의 높이는 9.2m 인 현미경 크기에 맞춰 3층으로 지어졌어요. 전자현미경동 정면 벽에 불거져 있는 신기한 세개의 문은 HVEM을 수리할 경우 사용하는 문이라고 해요. 건물만큼 큰 현미경이니 수리하는 것도 큰 문제겠어요.





HVEM을 수리하거나 부품교체가 필요한 경우, 이곳에 가스를 모아두었다가 재활용하기 위해서 탱크속으로 재주입합니다. 아주 비싸다고 해요. 어디서나 재활용이 필수입니다. 탱크에 붙어 있는 복잡한 배관의 모습.







탱크의 전면. 직접 올라가서 전자총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어요. 1300kV의 전자빔을 뿜어내는 전자총을 자세히 볼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어요. 아마 위험해서 권하지 않으셨겠죠? 







전자현미경부 선임연구원 권희석 박사님께서 전자현미경의 본격적인 국내기술의 독립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어요. 이런 종류의 어마어마한 전자현미경은 대부분 외국기술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KBSI에 있는 HVEM은 일본의 JEOL 제품입니다. 현재 KBSI에서도 이 HVEM을 모델로 원천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라고 하셨어요. 장차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해서 전세계에 우리만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알리고 보급할 날을 기대해 봅니다. 아마 우리 기자단의 몫이겠죠?






왼쪽 탱크 위에 전자총이 보이죠? 저 전자총에서 무려 1300kV의 전자빔이 발사되면 오른쪽 탱크에서 그 전자빔을 가속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제작사인 JEOL은 두개의 탱크를 사용하지만, 다른 브랜드의 전자현미경은 탱크가 하나인 경우도 있답니다.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저 정도의 기계가 작동하는데도 소음은 거의 없었어요. 소리와 진동에 엄청 민감한 전자현미경의 특성이 그대로 녹아있는 부분입니다. 





전자현미경부 선임연구원 권희석 박사님과 유승조 박사님께서 HVEM의 콘트롤러를 나에게 선뜻 맡기셨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긴장한 기자의 모습이 진지하다. 긴장도 했지만 뇌신경세포 사진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게 너무 재밌었다. 





권희석 선임연구원께서는 항상 질문을 하신 이후에 설명을 해주셔서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수가 없었어요. 보고 싶은 시료를 가방 한가득 가지고 왔지만, 기자가 준비한 생물시료들은 HVEM의 강력한 전자빔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어요. 아쉽게도 지하에 있는 FIB분석실에 있는 SEM으로 관찰했답니다.







반도체의 원자구조를 설명해주시는 유승조 박사님. 음악디스크처럼 생긴 반도체의 표면을 원자단위까지 확대해서 그 구조를 분석하고 있어요. 꽤 복잡한 이론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셨어요. 





HVEM에서는 시료를 SEM과는 달리 홀마운트에 올려두면 됩니다. 총 4개의 시료를 금속막대 끝에 장착할 수 있는데 특수제작된 저 그리드의 크기는 불과 3mm에 불과해요. 우리 눈으로는 언뜻 구분할 수 없을 정도죠. 너무나 신기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저 금속막대기 하나가 4천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그 속에 엄청난 기술이 녹아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어요.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까지 국내기술로는 이토록 정밀한 홀을 만들 수는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정밀기술에 대한 국내기술의 개발과 보완 그리고 발전은 시급한 일입니다.  





3mm의 홀에 치매에 걸린 쥐의 뇌신경세포를 장착하고 있어요. 유승조 박사의 섬세한 손동작에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지금껏 기자가 광학현미경 관찰을 위해 하던 슬라이드 작업과는 차원이 달라서 그저 신기하고 놀라웠답니다. 엄청 섬세하고 차분한 성격이 필요해요. 앞으로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료를 삽입하는 저 과정을 체험하려고 했는데 너무 섬세한 작업이라 엄두도 못냈어요. 유승조 박사의 무척 진지한 표정만 보더라도 대강 짐작할 수 있죠? 







이제 HVEM으로 치매에 걸린 쥐의 뇌신경세포를 관찰하는 중입니다. 권희석 선임연구원 박사님의 배려로 컨트롤러로 직접 조작해 볼 영광을 얻었어요. 대한민국에서 이걸 직접 조작해 본 학생은 아무도 없다고 하셨어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어요. Knob들이 너무 예민해서 정말 섬세하게 조작해야했는데요, 평소에 미동나사를 많이 돌려본 게 도움이 되었어요. 





이것은 HVEM으로 촬영한 치매에 걸린 쥐의 뇌신경세포인데, 그 가운데 검정색의 비교적 건강한 미토콘드리아의 모습이 보이죠? 하지만 가운데 하얗게 보이는 부분으로 봐서 이미 병변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의 한 가운데 위치한 미토콘드리아는 치매에 걸려 거의 죽어가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런 식으로 죽어나간 미토콘드리아 때문에 치매환자의 말기 뇌세포는 정상적인 뇌에 비해 그 부피가 엄청 쪼그라든다고 합니다. 장차 뇌신경학자가 꿈인 기자에게 걸맞는 시료를 관찰하게 되어서 더없이 좋았어요. 







최고의 박사님들께서 설명해주시니 그 어떤 복잡한 설명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 순간에는 누구든지 그랬을 겁니다.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권희석 박사님께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몇년 안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셨어요. 두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바로 아래 지하에 있는 SEM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지하에 오니 시료준비실이란 안내판에 Cryo-EM이 있었는데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Cryo-EM이란 Cryo-electron microscope의 줄임말로 한글로는 극저온전자현미경이라고 해요. 생물시료를 전자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할 때, 진공상태에서는 시료를 관찰 전에 충분히 건조해야하고 또한 시료의 상태에 따라 전자빔으로 인한 시료가 손상될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개발한 것인 극저온전자현미경입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지하로비 한 귀퉁이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SEM이 실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벽면에는 국제바이오 현미경 사진전 도록에서 보았던 사진도 걸려있었는데요 이곳 박사님들께서 출품한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곳에서 연구하시는 박사님들도 출품하는 대회에서 기자 역시 2년 연속 수상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기자는 SEM이 기다리고 있는 FIB연구실을 방문했어요. 이름도 낯선 이곳에서 기자가 일주일간 말려 온 시료를 관찰할 예정입니다. 기자는 실험실에서 직접 물이끼를 키우고 있어요. 거기에는 수많은 수생생물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수생생물의 애벌레"를 시료를 정하고 미리 건조해왔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너무 작고 건조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 아니라서 권희석 박사님과 담당연구원이 논의중입니다. 박사님께서도 첨보는 애벌레라며 분류학자에게 물어봐야겠다고 하셨어요. 뭔가 일이 커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시료를 액체질소(LN2)로 얼린 후 장착하는 시료 Chanmber와 급속냉동을 위한 컨트론패드. 일반적인 생체시료의 탈수나 화학적 고정이 없이도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관찰이 가능해요. 실제로 사용해보진 못했어요. 사실 이 부분을 설명해주시지 않았지만 책에서 공부한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괜히 말씀드렸다간 박사님께서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여쭈어보지 않았답니다. 다음에 오창본원에서 만나뵐 때까지 Rain Check!





연구원이 시료를 잡아내는 데 실패하자 권희석 박사님께서 직접 작업을 시연해 주고 계십니다. 기자에게 과학자답게 폼나게 글로브를 끼라고 하셔서 모두가 웃었어요. 기자가 가져온 그 수생생물 애벌레 녀석이 워낙에 작아서 박사님께서도 꽤 집중을 하셔야 할 정도였어요. 어찌할지 고민하시는 박사님의 모습은 무척 진지하셨어요. 가슴이 쿵쾅뛰어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 어떤 한류스타라도 권희석 박사님보다 멋지진 않았어요. 플라스크나 페트리 디쉬를 밀봉하는데 사용하는 파라필름(parafilm)을 바닥에 깔아놓고 핀셋으로 살짝 집어서 섬세하게 샘플링하시는 모습을 보고 잠깐이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시력이 꽤 좋은 편이라 아직까지 한번도 걱정해 본 적은 없었는데, 실험을 지켜보시던 주위의 박사님들께서 이구동성으로 눈 관리를 잘해야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앞으로는 가능하면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습관을 버려야겠습니다. 우리 기자단 여러분들도 스마트폰으로 시력을 손상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은 자제해주세요. 기자에게도 직접 확인하라고 해서 보았는데 샘플링이 아주 잘 되어 있었어요. 다만 건조하면서 약해진 애벌레를 부주의하게 다뤄서 머리 부분이 떨어져나간 게 흠이었어요. 이럴 때 작은 플라스틱 페트리 디쉬에 담아와야하는데 비닐에 담아온 것 자체가 실수였습니다.  




Carl Zeiss의 Stemi DV4라는 모델의 Stereo Microscope를 가지고 샘플링이 잘 되었는지 체크하고 있어요. 권희석 박사님은 뭐든 두번 세번 꼼꼼하게 확인하시는 등 배울 점이 많았어요. 참고로 이 모델은 기자가 가진 Nikon SMZ645에 비하면 한단계 아래 버젼이라고 할 수 있어요. KBSI에서 가지고 있는 최첨단 장비들만 보다가 막상 이런 실체현미경을 보니 귀엽기까지했어요. 그래도 기자가 장비 가운데 기초연에 비길 수 있는 장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뿌듯했어요. 




이 Stemi DV4가 가진 장점도 많아요. 잠깐 소개해 봅니다. 첫째는 16개의 샘플을 한꺼번에 올려놓을 수 있는 회전판이 있어서 손쉽게 관찰할 수 있고, 둘째는 접안렌즈에 마이크로미터가 달려있어 관찰하면서 그 자리에서 시료의 크기를 손쉽게 가늠해볼 수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CCD를 삼안이나 접안렌즈에 직접 부착하지 않고 제공된 피스를 끼운 뒤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하면 즉석에서 고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어요.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이 모델도 탐이 납니다. 하지만 D.I.C(Differential Interference Contrast Microscope)부터 사야하기 때문에 그냥 안본 걸로 했어요.





이제 샘플링 작업을 마친 시료를 Pt으로 코팅하는 중입니다. 지난 번 코셈에서는 Au코팅을 했었는데 전도율이 더 좋은 Pt로 코팅하는 걸 보니 역시 KBSI는 달랐어요. 하지만 어떤 미세한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 코팅기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지만 실험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스펙들과 작동원리가 궁금해요. 주사현미경 속에 자체 코터를 장착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연구원이 코팅이 완성된 시료를 보여주고 있어요. 역시 플래티늄이라 색다른 느낌이라 뚫어져라 쳐다보는 중입니다. 자칫 너무 신기해서 손으로 만질 뻔 했습니다. 먼지라도 한 올 묻게 된다면 큰일입니다. 몇 만 배율로 확대하면 시료관찰에 큰 방해가 되겠죠? 여기 계신 모든 연구원들의 특징이라면 하나같이 침착하다는 것입니다. 단 일주일이라도 옆에서 배우고 싶었어요. 







이것은 책에서만 보던 FIB라는 최첨단장비에요. FIB(Focused Ion Beam: 집속이온빔장치)는 전자보다 무거운 양이온빔을 이용하여 시료를 10~100 nm 정도로 깎아 낼 수 있는 장비를 말합니다. 원래는 주로 금속재료분야에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의생물 분야에서의 활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아직 마이크로톰도 없는 기자에게는 그저 부럽고 신기할 따름이었죠. 






왠만한 군사무기보다 멋진 전자총 앞에서 FEI SEM의 작동원리를 설명해주고 계신 권희석 박사님. 한마디로 말해서 이 FEI의 SEM은 주사전자현미경에 FIB장치까지 장착한 최첨단 전자현미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10억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FEI의 SEM 관찰용 금속 샘플시료로 보이네요. FEI는 Hitachi, JEOL, Carl Zeizz, Tescan과 더불어 5대 글로벌 전자현미경 대기업중 하나입니다. JEOL은 HVEM으로, FEI는 FIB가 장착된 SEM을 통해서 이날 하루동안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전자현미경을 KBSI에서 동시에 직접 관찰할 수 있었으니 기자에겐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제 Hitachi와 Tescan을 만나러 갈 계획을 세워야겠어요.







시료챔버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로 관찰할 수 있어요. 혹시나 전자빔이 시료에 도달하는 순간을 보려고 노력했는데, 만화영화같은 레이져빔은 나오지 않았답니다.





이미 HVEM을 경험하고 온 기자로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SEM의 컨트롤러 앞에 앉았어요. 




드디어 애벌레의 정체가 낱낱이 드러나는 순간이 왔어요. 자판에 있는 F2, F6 단축키와 컨트롤러의 한가운데에 있는 Magnification Knob와 오른쪽에 있는 Focus Knob만 익히면 쉽게 조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의외로 포커싱이 까다로웠습니다. 반복해서 연습하다보면 감각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애벌레의 단면을 관찰하기 위해 FIB의 양이온빔을 이용해서 아주 작게 직사각형으로 깎아낸 뒤, 그 단면을 2만배 확대해서 관찰해보았어요. 역시 예상대로 1주일간 나름대로의 자연건조된 애벌레는 양이온빔을 잘 견뎌내지 못했어요. 







이것이 바로 FIB로 깎아낸 단면을 80001배로 관찰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시료가 완벽하게 건조되지 않아서인지 Pt코팅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조직들은 양이온빔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린 모습이 확실히 보이네요. 제대로 된 시료였다면 아주 깨끗하게 잘려진 단면의 신기한 모습을 보았을텐데 너무 아쉬웠어요. 하지만 권희석 박사님께서는 원래 이런 종류의 관찰은 몇 백번이고 실패를 거듭한 뒤에서야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는 것이라고 위로해주셨어요. 몇 백번이고 다시 할 수 있는데 번개처럼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했어요. 







뜨거운 용액이 든 탱크에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밸브 하나가 터져 주르륵 흘러내리는 모습입니다.. 왼쪽 아래에 있는 5㎛바를 보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어요. 1㎛가 1m를 백만번 나눈 것이니 그 크기가 조금 더 쉽게 이해되겠죠.  SEM, 20000x.





오랜 시간 동안 동굴 바닥에서 피어오른 석순같아요. 표피를 이루고 있는 한결같은 모습이 신기합니다. SEM,35020X.







옆구리 쪽에 난 털 부위를 관찰했어요. 귀여운 돌기들이 잔뜩 드러난 표피 한가운데에 털 하나가 튼튼하게 박혀있어요. FEI, SEM 25023x.





마치 외계인의 입을 연상하게 하는 이 부위는 애벌레의 항문으로 보입니다. 빠른 시간내에 이 수생 애벌레의 정체를 밝혀내야겠어요. 분류학자에게 의뢰해야겠죠? SEM,12005X





권희석 박사님께서는 시료를 꺼내어 Pt코팅을 다시 하자고 하셨지만, 예정된 견학시간을 훨씬 넘어 아쉽지만 이 결과에 만족해야했습니다. 홍보부에서 예상한 시간은 1시간이었는데 이날 권희석 박사님의 배려로 무려 4시간 동안 상상도 못할 최첨단 전자현미경을 직접 조작하고 관찰할 수 있었어요. 너무 긴장한 상태로 집중을 해서인지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밥도 안먹고 깊이 잠들었답니다.







모든 관찰을 마치고 나서는데 권희석 박사님께서 준비한 소중한 선물을 주셨어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그리고 KBSI에서 공동제작한 "See the Unseen; 생체이미징의 세계(쉬운 과학 즐거운 상상,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13)"이라는 책과 박사님과 똑같은 실험가운도 선물로 주셨어요. 기자의 가운에는 뒷면에도 KBSI가 인쇄되어 있어서 박사님 가운보다 좋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내년에 오창본원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면 Super Bio-HVEM과 박사님을 뵈러 꼭 가겠습니다. 오늘 제게 베풀어주신 배려와 상세한 설명 그리고 격려의 말씀까지 하나도 잊지 않고 마음 속 깊이 새기며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전자현미경동 정문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어요. 아쉬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답니다. 지하에서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이 전자현미경동은 HVEM을 위해 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쉬움에 1층의 HVEM실과 B1의 FIB실에 대한 안내판 앞에서도 한컷. 오늘 하루종일 나를 위해서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신 권희석 박사님(생물)과 김진규 박사님(물리학)과 문학박사인 윤성진 아빠와 그리고 영문학석사인 이종은 엄마께도 무척 감사드립니다. How can I say Thank You!!!!








뉘엿뉘엿 해지는 풍경 뒤로 KBSI와 부설 국가핵융합연구소(NFRI:National Fusion Research Institute)의 간판이 보이네요. 문득 NFRI는 어떤 곳인지 궁금병이 도지기 시작했어요.






HVEM 본체와 지하에 있는 300톤급의 방진시스템만으로도 130억에 이르는 엄청난 고가 장비를 선임연구원 권희석 박사님께서 직접 하나하나 소개하고 설명해주셨어요. 평범한 초등학생 한 명을 위해 오창본원에서 일부러 오신데다 예정된 1시간을 훨씬 지나 무려 4시간이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주신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나라도 더 설명해주시려고 애쓰시고 진심어린 격려와 칭찬까지 해주시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꼭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는 모르지만 오늘 배우고 느낀 것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며 앞으로 공부하는데 좋은 양분으로 써야겠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해 KBSI의 권희석 박사님과 김진규 박사님, 유승조 박사님 그리고 대외협력실의 이정림 실장님과 박종은님, SBS 조성수 피디님과 카메라감독님, 원숙경작가님을 비롯해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윤관우 기자




글쓰기 평가현수랑 기자2015.12.16

이번에도 놀랄 수 밖에 없는 멋진 기사였어요! 이해하기 쉬운 글인데다가 사진마다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글을 읽는 사람도 함께 다녀온 듯 생생한 탐방 기사예요. 게다가 직접 준비한 시료로 관찰 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 친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함을 시원하게 풀어주네요. 정말 잘했어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목록보기

댓글 1
우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