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집을 채집하다 Vespae Nidus: 자연의 페니실린

2016.02.16

여름에 산과 들로 곤충 채집을 다닐 때면 어김없이 발견하는 벌집들.

 

주로 사찰의 처마에서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너무 높이 매달려 있는데다 무척 위험해서 감히 채집할 엄두도 못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지난 2월의 어느 날, 아빠와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인근 중학교 담장의 덤불에서 발견했습니다. 축구공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말벌집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드디어 채집해 왔습니다. 태백의 직운산에서 삼엽충을 캐냈을 때만큼이나 기쁘고 반가운 순간이었네요.

 

한방에서는 말법집을 노봉방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벌집에는 곰팡이와 세균 따위는 일절 스며들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벌이 자연의 페니실린이라고 불리는 프로폴리스를 벌의 타액과 여러 가지 효소를 첨가해서 벌집 입구과 바깥 벽에 일일이 발라 두었기 때문입니다.

 

노봉방은 흔히 말벌과 땡비의 보금자리인데 늦가을 서리가 내릴 즈음이면 다들 둥지를 떠난다고 합니다. 혹시나 한 마리라도 남아있을까 싶어 벌벌 떨면서 떼 왔습니다. 벌집 안에는 죽어버린 말벌 다섯 마리와 애벌레로 보이는 것들이 10여 마리 남아있었어요. 상태가 가장 좋은 한 마리는 표본을 만들어 보관하고 나머지는 실체현미경으로 이모저모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것을 발견한 곳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정발산 아래에 위치한 중학교 담장인데 죽은 벌의 크기로 보아 장수말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말벌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큰 것이 장수말벌인데, 몸길이가 37~44mm이며 몸에는 갈색이나 황갈색의 잔털이 빽빽이 나 있고 배에는 황갈색의 털이 성기게 나 있어요. 직접 보지는 못했을 것이고 책에서는 많이 보았을 겁니다. 어른 벌은 4~10월에 활동하며 땅속이나 나뭇가지에 큰 집을 짓는데, 이들 가족은 가을에 해체되고 짝짓기한 암컷은 굵은 고목의 빈 공간 속에서 겨울을 납니다. 겨울에도 산속의 고목 속을 함부로 들쑤시면 큰일나겠어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장수말벌은 한국산 벌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 매우 공격적이고 독성이 강하여 쏘이면 심한 상처를 입으며 사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원래 노봉방은 깨끗이 씻은 다음 찌고 말려서 술로 담궈먹기도 합니다. 항암작용, 혈액응고촉진작용, 강심작용, 이뇨작용, 강압작용(일시적) 등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자에게 이 노봉방은 오로지 실험 및 관찰대상으로써 일부는 보관하고 일부는 사용할 예정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외벽과 벌집 내부가 분리되어 있었어요. 아래에 벽돌이 어지럽게 떨어진 것으로 봐서는 누군가 채취할 작정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원형이 파손되지 않을만큼 탄력적입니다.



이렇게 내부에는 죽은 말벌과 애벌레들이 널부러져 있었어요.



이 녀석은 꽤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어요. 표본용으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얼마나 정밀하게 만들어졌는지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그저 감탄스러웠습니다.



여름에 다시 돌아올 생각은 아니었겠지? 어차피 그렇다고 해도 1년 뒤에 내가 다닐 학교인데 위험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입니다.^^



지름이 15cm이고 높이는 21cm정도로 평균 말벌집보다는 좀 큰 편입니다. 번데기에서 막 성충으로 변모한 말벌들도 보입니다. 위험한 일이지만 봄에 애벌레가 들어 있는 벌집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요. 



얌전하게 페트리디시에 담겨 LED와 만난 말벌. 크기가 3cm 정도인 것으로 보아 숫펄 같습니다. 앞으로 형이랑 예쁜 사진 많이 찍어보자.



장수말벌 이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말벌은 대략 7가지 종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이 녀석은 좀말벌(Vespa analis)로 보입니다. 그 이유로는 첫 번째 둥지를 주로 나뭇가지 위에 둥근 형태로 만든다는 점, 두 번째 화려한 호랑이 무늬를 띠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기가 3cm에 조금 못미친다는 점 때문입니다. 좀말벌은 말벌들 중에서 가장 독성이 약하고 해요. 그래서 주택가에 둥지를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사람을 해치지 않아요.  "


작은 벌레에겐 악몽같은 존재이지만 대체로 순한 편이니 혹시라도 이 녀석을 만나게 되면 겁먹지 말고 조용히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Nikon SMZ645 실체현미경으로 아날리스의 앞발을 관찰중입니다.



뜻하지 않게 말벌집의 자세한 구조와 말벌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를 가지게 되서 너무 기쁘고 설렙니다. 약재로서도 사용되는 말법집의 화학적 성분은 분석할 수 없어도 날개와 더듬이와 온몸에 빼곡히 난 털들까지 자세히 관찰한 뒤 꼼꼼하게 관찰일지에 정리해 두어야겠습니다. 또한 제대로 건조시켜서 SEM(주사전자현미경)의 시료로 만들어야겠습니다.


관찰이 마무리되면 말벌집의 구조와 말벌의 생김새를 낱낱이 분석한 기사를 업로딩할테니 기대해주세요.


기자는 벌써 마음이 급합니다.

 

윤관우 기자

글쓰기 평가현수랑 기자2016.02.17

차일 피일 > 호시탐탐

차일피일은 뭔가를 미룰 때 많이 사용하는 말로 호시탐탐으로 바꾸는 것이 더 의미에 맞는 것 같아요.

기사를 조금 수정해서 업로드 하니 참고해 주세요.

멋진 기사 정말 고마워요 ^^

글쓰기 평가현수랑 기자2016.02.15

우와~! 흥미진진한 소식이네요 ^^ 친구의 다음 기사가 벌써 기다려져요.

문장에서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은
<왜냐하면 자연의 페니실린이라고 불리는 프로폴리스라는 물질을 벌의 타액과 여러 가지 효소를 첨가해서 벌집 입구과 바깥 벽에 일일이 발라 두었기 때문입니다.>

-> 왜냐하면 벌이 자연의 페니실린이라고 불리는 프로폴리스라는 물질을 타액과 여러 가지 효소를 더해 벌집 입구와 바깥 벽에 일일이 발라 두었기 때문입니다.(주어를 넣어야 해요)


<산지의 집 처마 밑이나 바위 벼랑에 집을 만들고 새끼를 기르는데요, 어른 벌은 6~10월에 활동하며, 나무 수액도 모으고 다른 곤충류를 잡아먹기도 합니다.

어른 벌은 4~10월에 활동하며 땅속이나 나뭇가지에 큰 집을 짓는데, 이들 가족은 가을에 해체되고 짝짓기한 암컷은 굵은 고목의 빈 공간 속에서 겨울을 납니다.>

둘 다 장수말벌에 대한 설명인 것 같은데요, 각각 다른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어떤 부분이 정확한 것인가요?

<이 아날리스는 말벌들 중에서 가장 독성이 약하고 해요.> -> 좀말벌은 말벌 중에서 가장 독성이 약하다고 해요.

이렇게 수정하면 어떨까요? 장수말벌에 대한 내용 중 어떤 것이 정확한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일단 보류처리할게요.
수정해서 다시 올려 주겠어요? 친구의 흥미진진한 다음 기사도 기대기대하고 있을 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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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벌은 정말 너무 무서워요~ 근데 앞으로 하실 전자현미경 사진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