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과학동아&수학동아 기사
금박의 모험 금박연
민주는 콧노래를 부르며 북촌마을을 걷고 있어요.
“누나, 나 북촌 가기 싫은데 왜 여기 온거야?” 동욱이가 투덜댄다.
오늘 민주와 동욱이는 북촌에 놀러 갔어요. 그런데 동욱이는 에버랜드에 가고 싶다며 자꾸 딴청을 부리는 게 아니겠어요. 민주는
동욱이에게 살짝 협박을 했어요.
“너 자꾸 그러면 누나 혼자 아이스크림 먹는다.”
“응? 누나 그건 안되지.”
‘흐흐흐… 나의 속셈에 속고 있군. ’ 민주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민주는 동욱이를 데리고 어느 공방을 지나가게 되었어요.
“어라? 여긴 어디지?” 민주는
동욱이를 이끌고 들어갔어요.
동욱이는 엄청나게 떼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에이…시간 낭비네…”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는 것이었어요. 이상한 생각에 한옥의 문을 열어보았어요. 그 순간, 어떤 회오리처럼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버렸어요.
쿵! “아얏. 어랏? 우리 옷이 변했네?” 그새 민주와 동욱이는 한복을 입고 있었어요.
“이거 어떻게 된 일이지?” 둘은 깜짝 놀랐어요. 이곳은 바로 황금의 나라 신라였어요.
“누나. 어디로 가려고 한 거였는데 여기로 오게 된 거야?”
“분명 매듭공방으로 가고 있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때 무섭게 생긴 포졸이 걸어와 물었어요. “너희는 누구냐?”
하필 여기는 신라의 관가였어요. 우리는 도망을 쳐야 했어요. 우리에게는 갈 길이 없었어요.
저 멀리서 번쩍번쩍 빛나는 집이 보였어요. 보통 집은 아닌 것 같았어요. 민주는 백과사전을 꺼내 뒤지기 시작했어요. 동욱이는 거기서 살고 싶다고 했어요.
“저기는 금박을 입힌 집?” 민주가 말하려 하는데 그 때
동욱이가 끼어들었어요.
“학교에서 배웠어. 금박은 옷에다 하는 예쁜 무늬잖아.”
“으이구. 단순하기는. 금박은
어교풀을 발라서 금박을 입히는 아주 아름다운 무늬야. 나중에 자세히 알려줄게.”
“집이 옷이야? 왜 금박을 집에다 하는 거야?” 동욱이는 궁금한 게 많다.
“집에 금을 붙이는 거는 아주 부자 양반들만 하는 거야. 지금이
아마 통일신라인가봐.”
“누나는 그걸 어떻게 알아?”
“통일신라 말에 금박을 입힌 금입택이 있다고 들었거든.” 누나의
설명을 들은 동욱이는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저기에 반짝이는 금가루가 뿌려진 동굴을 발견한 민주와
동욱이는 동굴로 들어가 보았다. 그 순간 또다시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들이 무언가를 들고 가고 있었어요.
“이거 고려 풍경 아닌가? 음…고려인게 분명해.” 민주가 말하는 동안 저쪽에서는 금박 옷을 불상
안에 넣고 있었어요.
“누나, 금박은 삼국에만 있었던 거 아닌가?”
“아니야. 조선시대까지 이어졌어. 지금도 쭉 그 전통은 계속 되고 있다고. 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아까 그곳은 사람들을 금박의 역사 속으로
끌어들여 금박의 소중함을 알게 하려는 것 같아.” 민주의 설명에 동욱이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안돼! 그러면 우린 어떻게 나가란 말이야.”
둘은 터덜터덜 걷다가 특이한 한복을 파는 어떤 가게로
들어가 보았어요. 그 가게에도 역시 사람이 없었어요. 옷장을
여는 순간 또다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임금님 행차하신다는 고함소리에 놀란 민주는 “저 옷은 조선시대의 왕의 옷인데… 그럼 여긴 조선인가?” 번쩍번쩍 빛나는 왕의 옷을 보고 감탄하고 있다.
“조선이면 금박의 전통이 가장 멋있었던 때인데…..” 민주의
말에 동욱이는 투덜거린다.
“누나가 금박에 대해 왜 이렇게 많이 알아?”
“조선시대에 왔으니 덕혜옹주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 민주는
혼자 중얼거렸어요.
“누나 저기서 잔치가 열렸나봐. 구경가자.” 동욱이의 재빠른 발에 민주도 따라갔어요. 그곳은 혼례를 하려고
준비중인 양반집이었어요.
“누나 금박옷은 왕실에서만 입었다더니 왜 저 사람은 금박옷을 입고 결혼을 하는거지?”
민주가 설명을 하려 하는데 동욱이가 끼어들었다. “누나, 나 너무 배고파.”
그 때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양반집 아가씨가 친철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우리 집에 음식들이 무척 많이 남았거든.
같이 먹자.”
동욱이는 그곳으로 달려갔고 민주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이게 웬일인가! 허겁지겁 먹던 두 아이는 접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민주는 저번 체험 때 금박서표를 같이 만들었던 선생님께서
일본 관광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무지 기뻐했어요. “야 다시 현실로 돌아왔나봐. 하지만 덕혜옹주를 못봤네.” 민주는 투덜거렸다.
“그럼 나 음료수 하나만 사줘라. 배 고프고 목마르단 말야.” 투덜거리는 동욱이!
민주는 화가 나서 말했다. “방금 전에 먹었잖아.”
민주와 동욱이는 일본 관광객들 옆에서 떨거지로 설명을
듣기로 했다.
금박은 옷에다 하는 전통이자 예술입니다.
원래 금박은 옷에다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통일신라 때 왕의 힘이 약했을 때 귀족들은 수레나 집에 금을 입혔습니다. 그것은
정말 사치스러운 일이었죠. 넓은 들판에는 백성들의 해골이 굴러다니고 있는데 말이죠. 금박은 지금도 살려야 하는 전통이지만 그 시대에는 백성을 굶어 죽게 만드는 독이었습니다.
이제 금박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겠습니다.
금박은 아주 예민해요.
그래서 금박을 할 때는 집중이 필요합니다.
금박을 하는 단계는 아주 복잡합니다.
이제 예민하고 복잡한 금박을 해보러 우리는 체험장으로
가 볼 거예요.
자 여기는 금박의 체험장입니다.
금박은 아까 말했다시피 아주 예민합니다.
그래서 작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조심하여 함께 관람해봅시다.
금박은 부셔져야 정상입니다. 대나무 젓가락으로 콕콕 조금씩 모양을 새기는 겁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대나무 젓가락이 정전기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옷을 할 때는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합니다.
왜 제가 우리나라라고 한 걸까요?
금박을 옷에다 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는 금실을 넣어 옷감을 짜거나 금실로 수를 놓거나
금박을 넣어서 만든 풀로 그림을 그리거나 이렇게 갖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진짜 금의 맛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 금의 문화는 삼국시대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 문화가 자기 나라 것이라고 손도 대지말라 하면서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중국 기록에 아무 증거도 없는데 중국 것이라고 말하면 안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중국 의학서에는 우리나라가 진짜 금박을 했다고 적혀있고 꼼꼼하게 적혀있는데 중국은 계속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왜 의학서에 적혀있냐고요? 기술 책이 아니라요?
그 이유는 금에서 순금을 뽑아 약으로 썼기 때문이예요. 중국은 순금을 뽑아내는 기술이 발달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삼국에는
그 문화와 그 기술이 아주 발달 되어있었기 때문에 순금을 중국이 사들였겠지요. 그래서 중국 의학서에
그렇게 적히게 됐을 것입니다.
삼국시대 사람들은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려 때는 금박이 더욱 아름답게 나타났습니다. 바로 불교 때문입니다.
불교는 여러 가지 문화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제는 금박무늬에도
다 뜻이 있게 되었습니다. 불상 안에 금박 옷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나오면서 고려 때도 금박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기술은 더욱 발달하여 조선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누나. 이거 우리가 직접 다 본거 맞지?” 그 말을 듣고 민주는 싱글벙글 하며 대답했어요.
“맞아. 우리가 봤던 거야.
기억을 잘하고 있구나.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있을지도 모르니 계속 들어보자.” 동욱이는 누나의 칭찬을 듣고 콧대가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금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죠.
금박 옷은 왕실에서만 입을 수 있었어요. 귀족들은 못 입어요.
하지만 때때로 금박 옷이 양반 집에서 나오기도 했답니다. 그 경우는 결혼을 통해서 입니다.
바로 공주와 한 양반집의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남자가 살고 있던 집으로 금박 옷이 내려오게 되는 거죠.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
결혼을 할 때 남자 쪽에서 여자 쪽으로 선물을 할 때 보자기에 금박을 새겨서 보내는데 금박이 안일까요 밖일까요?
“누나. 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아는 척만 하던 동욱이는 깜짝 놀랐어요.
정답은 바로 안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밖으로 보여야 하는 거 아니야?” 동욱이가 또 한번 놀랐습니다.
왜 예쁜 게 안으로 들어가냐고요? 그것은 바로 써프라이즈!
보자기에 쌓여있는 물건을 받아 이게 뭔가 하는 마음에
풀었을 때 아름다운 금박이 새겨져 있다면 기분이 좋았겠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센스있는 문화도 생겨난 것입니다.
이제는 전통으로 내려오는 아주 멋진 문양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먼저 ‘봉황’은 전설 속의 아름다운 새입니다. 봉황은 암컷과 수컷. 봉은 수컷이고 황은 암컷입니다.
‘새’는 전령을 뜻합니다.
하늘과 땅을 오가면서 날아다니기 때문에 성스러운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도 하늘의 전령으로 날개 달린 신발과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에 새와 동일하게 봅니다.
마을 입구에 솟대가 있는 이유는 이곳은 하늘과 땅이 연결되는
아주 성스러운 곳이라는 의미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이 문양은 번개와 파도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이 문양은 권력, 천하장사의 힘이 아닌 나의 권력은 강하다를
나타냅니다.
이제 체험이 끝났으니 만드신 댕기와 복주머니를 가져가시면
됩니다. 일주일간 말려주셔야 덜 떨어집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너희들도 앞으로 금박을 사랑해주렴. 잘 가.
민주와 동욱이는 체험장을 나와 아이스크림과 어묵을 사먹으며
얘기를 나눴어요.
“동욱아. 아까 선생님이 설명하신 문양 중에 저번 체험 때
들은 이야기가 있거든. ‘박쥐’는 서양에서 피를 빨아먹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무서운 존재로 생각하지만 동양에서는 아주 성스러운 동물로 나온대. 글쎄 복을 상징한대. 그리고 ‘용’은 공주를
데려가 남자들이 공주를 구하기 위해 드래곤을 무찌르는 이야기가 서양에서 많잖아. 하지만 동양에서 생각하는
‘용’은 권력, 세력
이런 것들을 나타낸대. 그래서 왕의 옷을 보면 대빵만하게 용이 그려져 있는 거야. “
누나의 설명을 듣고 동욱이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민주는 동욱이의 마음을 읽고 대답해 주었어요.
“전통은 왜 꼭 있어야 하는 거냐고? 전통이 있어야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 금박을 보고 뭔가를 찍어내는 거네 하면서 도장이
만들어 질 수는 있는 거잖아.
좀 다른 이유이지만 그렇게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견될
수도 있는 거야.”
“누나. 그럼 역사는 뭐야?
전통하고 어떻게 다른 거야?” 역시나 민주는 실타래처럼 술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전통은 우리 역사를 보존해주는 한가지의 보석이야. 예를
들어 우리 역사가 수를 놓아야 하는 아름다운 옷이라면 전통은 바늘인 거지. 바늘이 없으면 실을 꿸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거야. 실은 역사를 사랑하는 마음인 거고. 전통이
없어? 그러면 역사도 없는 거야. ”
“그럼 역사가 없어진다면 독도는 일본땅이라 하면 일본에 넘겨줘야 되고 발해는 중국 것이다 하면 중국에
넘겨줘야 한다는 거구나.” 동욱이는 그제야 끄덕거립니다.
“금박이 중국 것이라 우긴다고 중국 것이 안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기 때문인
거야. 알았지.” 역사를 모른다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주는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누나. 아까 금박 체험장에 인간문화재 4대 어쩌고 저쩌고 써 있던데 인간문화재가 뭐야?”
“인간문화재는 전통을 지키고 역사를 보존하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 역사가
왕이라면 병사 같은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문화재 분들이야. 아까 금박의 전통을 지켜가는 인간문화재가
있다고 했지? 바로 금박 체험장 4대 사장님이야. 지금은 5대 째로 이어가고 있는데,
인간문화재 할아버지에게 얽힌 사연이 있대.” 계속 얘기가 듣고 싶다고 동욱이는 떼를 썼어요.
“옛날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쳐들어 왔을 때 금박모형과 어교풀 그런 재료를 가지고 도망을 치셨대. 돈, 가구 이런 것들을 다 버리고 금박과 관련된 것들만 챙기셨대. 오로지 우리 문화재를 일본에 넘겨 줄 수 없다는 마음만으로 그러셨대. 전통을
지키는 마음이 그런 건 가봐.” 이 말에 동욱이는 울컥하였습니다. 감동받았기
때문이죠.
비록 가난하지만 우리 전통을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인간문화재들은 날라가고 있는 우리 역사를 바로 붙잡고
있는 아주 중요한 분들이라 생각했습니다. 민주와 동욱이는 북촌을 떠나 지하철 역으로 힘차게 걸어갔습니다. 그 둘의 하루는 아주 특별하였습니다.
글쓰기 평가김청한 기자2014.04.21
언제나 참신하고 발랄한 기사를 올려주는 민주 기자!
이번에도 정성 가득한 기사 감사합니다 ^_^
실제 체험과 스토리텔링을 합쳐 근사한 기사를 만들었네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려요~.
마지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