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조 모란디와의 대화>>

2015.02.02

겨울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동생과 함께 간 미술관은 서울의 국립현대 미술관(덕수궁관)이었어요. “조르조 모란디라는 이름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아주 낯선 이름이었어요. 그런데, 20세기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라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어요. 제 자신이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랄까....

  

모란디의 작품을 하나하나 보면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어쩜 이리 정물화를 많이 그렸을까?” 그림 자체가 모두 조용하고 뭔가 다소 단순하면서 무겁다라는 느낌들이 들었어요. 저는 쇠라의 발레 시리즈라든지 구스타프 클림트의 황금색을 많이 사용한 화려한 작품들을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정물화라는 것이 왠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처음의 느낌은 점점 사라지고 보면 볼수록 그림들이 제게 말을 걸어온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클림트전에 갔을 때 느꼈던 느낌들은 그림들이 모두 그대로 빛을 내고 있다면 모란디의 그림들에는 깊은 생각과 모든 고민들이 제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걸친 것이 없는 빈 병들과 꽃병 그림들이 그냥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보이면서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 내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 오래된 고민을 끝으로 제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냥 자신이 지내온 시간들이 어떻게 존재해왔고 그 삶을 살아보니 이렇더라....나는 그냥 다른 병들, 주전자, 물병과 지내보니 처음에는 내가 어디에 놓여있을 때 보다 지금 놓인 자리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 등...각자 자신의 자리에 놓일 때 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지 알려주더라고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꽃 병 그림이 정말 그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눈에 띄었어요. 어쩌면 저렇게 부드러운 색상과 모양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을까? 자신은 불멸할 것이라도 외치는 것 같기도 하면서 그런데 왠지 오랫동안 외로웠으니 조금만 더 자신과 함께 있어달라고 말을 걸었어요.

 

 

 

 

나는 아래의 글을 읽으면서 조르조의 그림들이 왜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내게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화가의 오래된 고민과 철학이 우리에게 아직도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많은 친구들이 조르조 모란디의 작품을 만나고 함께 그림들의 말을 들어주고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아마 이제까지 보았던 그림들과 달리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 조르조 모란디... 20세기 회화에 끼친 그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헌은 그가 스스로 택했던 유랑의 결과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창 모더니즘이 진행 중이던 당시의 미술계는 다양한 미술 운동들이 등장해 서로 우위를 점하고자 경쟁이 치열했는데, 모란디는 이런 상황에서도 외부의 운동이나 유행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개인적인 양식을 고수했다. 이것은 아마도 그가 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고 머물며 - 단 한 번 이탈리아 국외를 여행했을 뿐이다 - 자신의 조그만 아틀리에에서 작업만 했기 때문일 것이다....독자적으로 회화의 속성을 탐구해나가기 시작했다. 모란디는 살아생전에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는 1939년에 열린 로마 쿼드리엔날레(로마에서 4년마다 개최되는 미술 비엔날레 - 옮긴이)에서 회화 부문 2등상을 받았고, 1948년에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는 회화 부문 대상을 받았다. ....자신의 작품이 주목 받는 것을 다소 불편하게 여겼다. 모란디는 병과 물주전자, 주방용품, 그릇 등을 미묘하게 배치한 정물화에서, 비본질적인 외적 디테일들을 모두 제거했다. 그는 정물 자체의 형태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병이나 그릇 등에 붙어 있던 라벨들도 전부 떼어버렸다. <정물화>(1958)와 같은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집중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는 오브제 자체의 본질에 대한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란디의 이러한 독특한 탐구는 지금도 여전히 그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현실보다 더 초현실적이고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 > 출처: 501 위대한 화가, 박미훈, 2009.8.20

 

글쓰기 평가현수랑 기자2015.02.03

그림이 말을 걸어오는 흥미로운 경험을 했군요. 저도 그림과 대화를 하러 가고 싶어지는 기사네요. 이렇게 감상을 중심으로 쓰는 기사도 좋은 기사랍니다. 정말 잘 썼어요~!!!

목록보기

댓글 1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