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와일리展에 다녀와서

2021.05.20

안녕하세요? 성채원 기자입니다. 요즘은 기온이 20도를 넘기도 하지만 찬바람이 부는 지난 1월, 저는 전시회 관람을 위해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습니다. 당시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전시회를 못 갔었는데 오랜만에 미술관에 가게 되어 설랬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본 전시는 로즈 와일리전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로즈 와일리는 86세 할머니 화가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어떤 느낌일까?’, ‘무엇을 그리셨을까?’ 궁금해하며 들어간 전시장엔 제 키보다 큰 그림들로 가득했습니다.



 



 



1관 보통의 시간



 



1관에서는 로즈 와일리가 좋아하는 일상의 시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뉴스, 역사, 왕실, 만화, 스포츠, 유명인, 가족과 주변 풍경까지. 작가는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문득 요즘같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작가는 어떤 작품을 그릴까 궁금해졌습니다.



 





Elizabeth & Henry with Birds. 2013



사진출처: 직접 찍은 사진



 



‘Elizabeth & Henry with Birds’ 작품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데  5m가 넘는 6개의 패널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작품은 크지만 웅장한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과 새의 모습이 귀엽고 옷의 모양도 재미있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가 그린 작품이라고 해서 아기자기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그림들이 대부분 크고, 선도 굵고 거침없는 느낌이었습니다.



 





City Road, 1999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angela3642



(작품과 함께 제 얼굴이 나온 사진 대신 작품만 나온 사진을 출처를 밝히고 사용합니다.)



 



‘City Road’도 마음에 드는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초록색 산과 눈 덮인 산이 함께 있는 풍경도 멋있어 보이고, 예쁘게 하얀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소녀도 귀여워 보였습니다. 특히 소녀 뒤에 숨어 있는 아기 양 한 마리가 앙증맞아서 오래도록 보고 싶었습니다.



 



 



2관 필름노트



 



2관에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모여 있었습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자르기도 하고 클로즈업도 하면서 새롭게 캔버스에 표현했다고 합니다. 저에겐 좀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들이 있어서 부모님의 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NK(Syracuse Line-Up)’였습니다.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니콜 키드먼이라는 배우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노란색 머리와 빨간색 드레스가 인상적이었고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신발 때문에 배우가 아슬아슬하게 걷는 것 같았습니다. 배우가 들고 있는 막대는 무엇일까요? 트로피 같기도 하고 피리 같기도 하고 지휘봉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NK(Syracuse Line-Up), 2014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angela3642



 



 



3관 데이트모던의 VIP룸



 



3관은 영국의 현대미술관 데이트모던의 VIP룸에 전시되었던 로즈 와일리의 작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곳이었는데, 로즈 와일리전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안 되는 곳이었습니다.



 



 



4관 영감의 아카이브



 



4관에는 정치, 종교, 명성, 사랑, 역사, 돈과 같은 어렵고 심각한 주제에 관한 로즈 와일리의 생각을 표현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로즈 와일리는 어려운 주제에 사람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Korean Children Singing’은 북한 어린이들이 교복을 입고 노래하는 모습을 그림과 조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으로 나뉜 한국의 슬픈 상황을 말하고 싶은 작품일까요? 작가는 잡지의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했다가 작품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노래 부르는 아이들이 표정이 씩씩해보입니다.



 





Korean Children Singing, 2013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angela3642



 



 



특별한 아틀리에



 



권순한 작가가 로즈 와일리의 작업실에 직접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로즈 와일리의 아틀리에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이곳이 너무 지저분해서 당황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작품을 만든 후 쓰레기를 쌓아 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감과 붓, 신문지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페인트 냄새와 물감 냄새도 강해서 코를 막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복잡한 곳에서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을 한 바퀴, 두 바퀴 돌다 보니 이런 곳에서 멋진 작품들이 실제로 탄생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공간이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angela3642



 



 



5관 살아있는 아름다움



 



로즈 와일리는 동물, 새, 곤충, 나무, 꽃 등 자연을 사랑하는데, 욕실 안에 있는 거미, 무릎 위의 고양이 발가락 등 주변에 실제 살아있는 것에 영감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자연물을 실제 크기나 비율대로 그리지 않고 작가만의 생명체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말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실제 작품들을 보니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새가 코끼리만큼 커서 새를 알아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 생명들은 익숙한 것들이었는데도 로즈 와일리 방식대로 표현된 생물들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Red Painting Bird, Lemur & Elephant, 2016



사진출처: 직접 찍은 사진



 



특히 ‘Red Painting Bird, Lemur & Elephant’는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맨손을 큰 페인팅 통에 담근 후 그린 것입니다. 온통 붉은색으로 캔버스 위에 마사지하듯 그림 그렸을 로즈 와일리를 상상하니 저도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맨손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6관 축구를 사랑한 그녀 그리고 손흥민



 



로즈 와일리는 남편의 영향으로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영국의 유명 축구팀인 리버풀을 시작으로 첼시, 아스널 등 여러 팀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러 축구 선수들과 관련된 작품 중에는 토트넘 소속 손흥민 선수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볼 수 있어서 반갑고 뿌듯했습니다.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angela3642



 





Yellow Strip, 2006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angela3642



 



특히 ‘Yellow Strip’을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로즈 와일리는 이 작품에서 축구 선수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담아냈다고 합니다. 저는 축구 선수들을 잘 몰라서 나중에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선수들의 동영상들과 그림을 비교해 보니 정말 로즈 와일 리가 선수들의 특징을 잘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공중에서 점프 슛을 잘하는 '웨인 루니'는 가장 왼쪽에, 큰 키 덕분에 동료에게 패스를 잘하는 '피터 그라우치'는 왼쪽에서 두 번째에, 열심히 뛰어다니는 '티에리 앙리'는 가운데에, 초록색 장갑을 끼고 큰 몸으로 골을 잘 막는 골키퍼 '옌스 레만'은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등 번호 10번의 크로스 오버 백 킥을 잘하는 '호나우지뉴'는 가장 오른쪽에 그려져 있습니다. 모두 멋진 선수들입니다.



 



 



7관 소녀, 소녀를 만나다



 



로즈 와일리는 소녀와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남기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보는 동안 기분이 밝고 유쾌해졌습니다.



 





Six Hullo Girls, 2017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angela3642



 



‘Six Hullo Girls’에서는 민트색 문어 두 마리와 여섯 명의 소녀들이 보입니다. 소녀들은 발레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날아오르려고 점프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딘가 발랄해 보이는 소녀들을 보니 제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전시관을 나오며



 



로즈 와일리는 꾸준히 미술 작업을 해 왔지만 75세에야 비로소 화가로 주목을 받고, 86세에 슈퍼스타 작가가 되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로즈 와일리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저도 제가 사랑하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들은 화려한 그림도, 정교한 그림도 아니었지만 보고 있으면 즐겁고 자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답답한 일상에서 모처럼 밝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로즈 와일 리가 한 말을 떠올려 봅니다.



 



“나는 나이보다 내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I want to be known for my paintings-not because I’m old.”



 



 


글쓰기 평가어린이과학동아 기자2021.05.20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예요. 로즈 와일리 작품전 후기 잘 봤어요. 여러 작품에 대한 꼼꼼한 소개와 더불어 작품에 대한 느낌이나 작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잘 표현해 주었어요. 또 사진의 출처도 정확한 주소로 표기해 주었네요. ^^ 긴 글임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성채원 큐레이터를 만나 함께 전시를 둘러본 기분이 들었어요. 멋진 작품과 전시 소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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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오 유익해요!! 
저도 여기 1월달에 가봤어요! 정말 독특하고 멋진 작품이 많았는데 정말 잘 쓰셨내요~
네! 정말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베포상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추완이요.
우와,멋진 전시회이네요!기사 잘 보고 가요~
감사합니다!